두 마음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살 때, AuDHD라는 낯설고도 익숙한 공존

두 개의 자아가 공존하는 마음의 방

원본 정보 : What Is AuDHD? (Child Mind Institute)

비가 올 듯 말 듯 미지근한 바람이 부는 오후면, 문득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가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보곤 합니다. 어떤 날은 자석의 양극처럼 정반대의 성향이 한 몸에서 튀어나와 서로를 밀어내기도 하고, 또 어떤 날은 절묘하게 섞여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색깔을 만들어내기도 하죠. 오늘은 ‘AuDHD’라는, 조금은 생소하면서도 듣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깊은 안도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보려 합니다. 제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보며 느꼈던 그 복잡미묘한 지점들이 이 단어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뭉클해지기도 합니다.

AuDHD는 자폐 스펙트럼(ASD)과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(ADHD)가 한 개인에게 동시에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. 과거의 진단 체계에서는 이 두 가지를 별개의 영역으로 보아 동시에 진단하는 것을 제한하기도 했으나, 최신 의학적 견해와 연구 결과들은 이 두 특성이 매우 높은 빈도로 공존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. 이는 단순히 두 개의 진단명이 합쳐진 것을 넘어, 서로 상충하는 욕구가 한 사람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조율되는 독특한 삶의 양식을 형성합니다.

사실 2013년 이전까지만 해도 임상 현장에서는 자폐와 ADHD를 함께 진단하는 것이 금기시되었습니다. 하지만 DSM-5(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제5판)가 도입되면서 비로소 이들의 공존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죠. 통계에 따르면 자폐 성향을 가진 사람의 약 30%에서 80%가 ADHD 증상을 함께 경험하며, 반대로 ADHD 진단을 받은 이들 중 20%에서 50%가 자폐적 특성을 공유한다고 합니다. 이 수치는 결코 적지 않은 이들이 두 마음의 줄다리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. 자폐적인 면은 질서와 규칙, 예측 가능한 반복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얻으려 하지만, 동시에 ADHD적인 면은 새로운 자극과 즉흥성, 끊임없는 변화를 갈망합니다. 마치 한 손에는 정교한 설계도를 들고 있으면서, 다른 한 손으로는 그 설계도를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. 이러한 내부의 충돌은 당사자에게 극심한 피로감을 주기도 하지만, 겉으로는 한쪽의 특성이 다른 쪽을 교묘하게 가리는 ‘마스킹(masking)’ 현상 때문에 주변에서는 그 고충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. 예컨대 자폐의 규칙적인 성향이 ADHD의 산만함을 억제하여 겉보기에 유능해 보일 수 있지만, 그 내면에서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셈입니다.

[AuDHD의 통계적 공존성]

진단 그룹 공존 비율 (%)
자폐인 중 ADHD 동반 30% – 80%
ADHD 진단자 중 자폐 특성 공유 20% – 50%

* 자료 출처: Child Mind Institute 분석 데이터 기반. 두 특성의 높은 상관관계는 보다 통합적인 치료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.

이 두 가지 성향이 섞여 있다 보니 도움을 주는 과정도 참 섬세해야 합니다. 예를 들어 ADHD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복용하는 약물이 때로는 자폐 특유의 감각 예민성을 도드라지게 만들기도 합니다. 산만함이 줄어들면서 주변의 소음이나 자극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죠. 그래서 우리는 이 아이들을 볼 때 어느 한 단면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. 오늘은 왜 저렇게 고집을 부릴까 싶다가도, 내일은 왜 저렇게 한곳에 집중하지 못할까 의아해하기보다 ‘아, 지금 마음속에서 두 엔진이 서로 세게 돌아가고 있구나’라고 이해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. 이것은 결코 두 배의 장애가 아니라,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남들보다 조금 더 입체적이고 역동적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.

오늘 우리 아이가 보여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뒤에는, 어쩌면 스스로도 감당하기 벅찬 두 마음의 치열한 협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. 완벽한 일관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혼란스러운 공존 자체를 하나의 모습으로 인정해줄 때, 아이는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온전하게 숨 쉴 수 있을 것입니다. 저 역시 조용히 지켜보는 관찰자의 입장에서, 그 치열한 성장의 과정을 묵묵히 응원하고 싶어집니다.

오늘은 아이의 모순된 행동을 보았을 때 지적하기보다는, 그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‘작은 줄다리기’를 상상하며 그저 가만히 미소 지어주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요.

본 포스팅은 Child Mind Institute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‘소소웍스’의 운영자가 재해석하여 작성하였습니다. 제공된 정보는 참고용이며,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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